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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이야기

[을지로 카페] 챔프커피 제3작업실/ 아이스의 계절

by (쑨) 2021. 5. 12.

(겨울의 챔프커피)
(초여름의 챔프커피)

 

  빵순씨는 A씨와 함께 퇴근 후 을지로 떡볶이(라 쓰고 떡튀순이라 읽는다)를 뽀갠 후 양심의 가책을 느껴 살짝 걷기로 마음 먹었다. 을지로에는 수많은 카페들이 있지만, 사실 그동안 핫플인 호랑이를 꼭 가보고 싶었기에 설렁설렁 5월의 맑은 저녁 공기를 만끽하며 대림 상가에 도착했다. 역시 예상대로 호랑이에는 사람이 없었고 괜시리 승자의 여유마냥 느릿느릿 자리를 잡은 후 무얼 마실지 고민하는 찰나, 직원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7시 마감입니다."

 

  저녁 7시 2분, 아직 밖은 밝은데 승자의 여유는 마지막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2인의 도시 여자들이었고, 빵순씨와 A씨는 절망감을 맛보았다. 하지만 빵순씨는 포기를 모르는 인간, 바로 옆 또다른 을지로 핫플인 챔프커피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렇게 챔프커피는 지친 빵순씨와 A씨를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여름이 점점 다가온다는 것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계절이 왔다는 것이다. 선택지는 알리와 토크, 빵순씨는 드립백으로 미리 챔프커피 원두를 몇 가지 맛보았는데 선호도는 토크>=블랙>브라운>>>>>알리 순이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토크를 선택한다.

 

  챔프커피의 바깥 공간은 정말 매력적이다. 특히 오늘같은 날씨는.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며 제발 마스크를 껴 달라는 공지가 있음에도 유리창 밖 사람들은 오늘의 날을 즐기고 있었고 빵순씨는 그들을 충분히 이해했다. 코로나에 대한 공포감은 실내에 고립되는 공포감보다 덜 했을 것이다. 호모 사피에스는 사회적 인간이고, 황사의 습격을 이겨낸 날씨도 한 몫했고 사실 빵순씨도 자리가 있었다면 밖에 앉아있었을 것이지만,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자기 위안을 하며 실내에 자리를 잡았다. 실내에는 직원들과 빵순씨, A씨 뿐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 나왔습니다."

 

  빵순씨의 초이스는 옳았다. 적당한 산미의 청량한 토크의 향과 깊이 있는 맛이 어우러지며 엔돌핀 지수가 상승했다. 빵순씨와 A씨는 흥분하며 그동안 자신들이 먹은 맛있는 커피들에 대한 기억을 쏟아내다가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테라로사에 다녀온 경험을 공유하고는 곧 다가올 이건희 컬렉션 피켓팅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해낼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국립중앙박물관도 가야하고 한국가구박물관도 가야하고 국립민속박물관도 가야하고 갈 곳이 너무 많아 행복한 빵순씨와 A씨였다.